공책과연필/애프터노트
2008/12/01 16:59
솔직히 말해, 내가 멜로나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영화를 보면서 무언가를 '강요당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것봐, 예쁘지? 사랑스럽지? 부럽지?'라고 말하는 듯, 아기자기하고 예쁜 (실제로는 구하기도 무지 힘들고 턱없이 비싼) 소품들에 둘러싸여, 평범한 사람들의 입술에서는 절대로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느끼한 표현으로 기름범벅된 대사를 읊는 주인공들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게 된다. 거기에, 말도 안되는 엇갈림의 연속과 가슴을 쥐어짜는 애절함(대부분은 죽음이나 질병과 관련되어 있다)을 동원한 스토리와 갖은 오케스트라의 장중한 음악과 함께 "자, 어때 심장이 좀 뛰나?"라고 말과 함께 감동을 강요당하면 "그래, 어디, 내가 눈물 흘려줄 줄 알아? 내가 감동할 줄 알았지?"라며 오히려 독한 마음이 생겨난달까...
그러한 멜로가 지닌 위험성을 감수하고 순정만화를 선택했던 이유는, 한동안 영화를 보지않아서 "왠만하면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이야기를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순정만화>는 적당히 예쁘고 적당히 귀엽고 적당히 따뜻하다. 그동안의 영화들이 지나치게 현실의 어둡고 예민한 부분만을 보여준 탓에, 그러한 극대화된 현실과 맞닥들여 고민하고 가슴을 쥐어뜯던 내가, 오랜만에 적당히 귀엽고 가벼운 영화를 보며 조금 가슴을 달랬달까. 또한 내가 걱정한 만큼의 지나치게 오버하여 예쁜 척 하는 영화도 아니었으며, 억지 스토리도 아니었다. (물론 이건, 몇년 전 순정만화를 열심히 기다리며 보던 애독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지만) 하지만 극장을 나오면서 드는 생각은 "역시 영화는 영화야.." 라는 것. 하지만, 그래서 더욱, 지친 가슴에 따스한 위로가 된 게 아닐까. ★★★
역시나 사족이 더 길다(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