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체주머니/풍선껌
2009/04/28 20:05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을 보면 '따봉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운좋게 만난 굉장히 좋은 고양이랄까. 정말이지 애완동물을 키워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전문용어라면 전문용어.
우리집에서 키우는 요크셔티스(요크셔와 마르티즈의 믹스견) 용이는 100%의 '따봉 강아지'이다. 큰 말썽을 피우지도 않고, 큰 잔병치레도 없으며, 화장실도 가린다. 어디든 일단 들어가면 냄새를 맡아 화장실의 위치를 파악하고 꼭 그곳에서 볼일을 보는 똑똑한 강아지인 것이다. 그러나, 다른 강아지들에겐 당연한 기본기인 '앉아, 일어서' 또는 '손!' 같은 기교 따윈 부리지 않는다. 우리는 자존심 센 그녀가 일부러 하지 않는 거라고 굳게 믿고있지만, 그런 기초적인 재주를 부리지 못하는 걸 보면 똑똑한 강아지라고 큰 소리 치기가 약간 겸연쩍어지기도 한다.
아무튼 우린 하루키 수필의 '따봉고양이'에서 딴 '따봉강아지'로 우리의 100% 강아지 용이를 칭찬해주고 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궁금해진다. 분명히 김난주 선생이 번역한 '따봉 고양이'는 의역일텐데, 원문에선 무엇이었을까... 일본어로 '따봉고양이'는 과연 무엇일까?!!! 그래서 찾아봤다!
바로바로 '따봉고양이'와 '꽝고양이'는 'あたり猫とスカ猫'였다. 우리말로 직역하자면 '당첨'고양이와 '꽝'고양정도가 될까... 키워보니 괜찮은 고양이에 당첨! 또는 에이, 이 고양이는 꽝이잖아~ 라는 의미가 제대로 느껴져 (특히 다른 사람에게 얻은 동물에게는 더 잘 맞는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고 만다. 최근 다른 번역본에는 '재수있는 고양이'와 '재수없는 고양이'라고 나왔다는데, 음... 역시 번역엔 고도의 언어센스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제의 하루키 에세이 '따봉 고양이와 꽝 고양이'를 읽어보자.
따봉고양이에 걸릴 확률이 3.5마리에서 4마리라는데, 따봉강아지의 경우는 어떨까. 애완용으로는 처음인 우리 용이가 따봉강아지라는 건 큰 행운이지만, 그 전 마당에서 키우던 뽀삐, 아롱이, 다롱이, 곰, 킹을 생각해보면 그들이 따봉강아지였는지, 꽝강아지였는지 알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용이에게 하는 만큼 그들을 인격적으로 사랑으로 대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 생각하니 괜시리 숙연해진다.참고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따봉고양이와 꽝고양이'는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에 실려있으며, 일본에서는 1984년에 村上朝日堂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다.
http://www.geocities.jp/yoshio_osakabe/Haruki/Books/Asahido-J.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