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책과연필/애프터노트
2010/02/23 18:47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일본소설만 본다 싶어서 의식적으로 일본소설을 멀리하던 차. 그러나 제 버릇 개 못주는 내가 교보문고 일본소설 코너를 어슬렁거리다가 이 책을 집어들고 말았다. 그리고 나온 첫 챕터의 주인공 스기야마가 예식장 '학귀회관'의 카피 쓰는 장면을 보자마자 혼자 빵~하고 터졌다;;; 이렇게 감정이입이 잘 되다니 역시 출신성분은 속일 수 없다. 그러나 약속했던 친구의 당도로 나는 이 책을 손에서 억지로 놓을 수 밖에 없었고, 그리고 오래도록 '사이좋은 비둘기파'는 나의 위시리스트에 있었다.
광고쟁이들의 바램은, 작품과 광고주를 골라가면서 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을'이란 존재는 항상 '갑'의 휘하에 머물러야 하며 광고'주님'들의 비위를 맞춰야 하고 때론 광고주보다 더 '갑'같은 사장의 주먹구구식 닥치는대로 영업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때로는 이렇게 극단적인 광고주 폭력조직(사실 우리가 자주 쓰는 일본어인 야쿠자라고 하면 더 섬뜩하게 느껴진다) '비둘기파'의 광고를 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광고쟁이의 인생이요 바닥이며 이 책의 스토리이다.
그러나 사람사는 곳은 마찬가지이며, 야쿠자 또한 숨을 쉬고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그들에게도 선량한 순간이 있으며, 약해지는 상대가 있고, 그 중심엔 늘 '가족'이 있다. 비둘기파의 성공적인 런칭 캠페인을 진행하는 동안 보여지는 익숙하면서도 익살스러운 각 등장인물의 면면은 읽는 이를 웃음짓게 하며, 적은 돈으로 최상의 효과를 자랑하는 유니버설 광고사의 광고 아이디어와 전략 또한 볼거리이다. 이쪽 일을 해본 사람은 좀 더 공감하면서 킬킬거릴 수 있겠다. 역시 난 카피라이터 출신 일본작가에게 약하다;;
★★★
사족. 지난 여름에 쿠사나기 츠요시 주연의 '임협헬퍼'라는 드라마를 봐서 그런지 비둘기파의 분위기가 매우 익숙했다. 이 작품 또한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꽤 재미있을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