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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책과연필/애프터노트 2010/02/23 19:50

 

송강호와 강동원의 만남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인한 극적 몰입과 빛나는 외모가 불러일으키는 눈의 즐거움 모두를 담보로 한 두마리의 토끼이다. 남파 공작원이니, 국정원 요원이니 하는 것들이야 한국영화에서 더이상 새로운 소재도 아니거니와 왠지 눈에 보이는 듯한 뻔한 전개와 익숙한 느낌들이 기시감 처럼 눈에 펼쳐질 듯한 진부한 예감에 사로잡혀 솔직히 강렬하게 기대하지도, 반드시 봐야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는데... 그러한 접혀진 기대들이 때로는 놀라움과 감동을 배가시키기 마련이다. 특히 대부분은 영화를 볼 때 일어난다.
살인의 추억에서의 수사하던 모습과 괴물에서의 아빠의 모습을 적절히 섞은 듯한 해고당한 전 국정원 요원이지만 사실은 그냥 아저씨일 뿐인 송강호와 형사의 날쌤과 그놈 목소리의 냉철함을 지닌 그러나 순박하고 따뜻하고 사실은 불쌍한 버림받은 남파간첩 청년 강동원의 앙상블. 24시간 붙어다니면서도 서로를 속이고 의심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긴장된 상황은 오히려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도구로 사용되고, 그러는 가운데 이들도 이들을 지켜보는 관객들도 서로에게 정이 들어버리고 마는, 희한한 영화. 적절하게 삽입된 액션은 결코 가볍지 않고, 더 무거울 수도 더 눈물을 질질 짤 수도 있을법한 스토리에서는 정말 냉정하게 할 말만 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




사족.
송강호도 송강호지만, 마르고 허옇고 멀대같은 강동원은 다 늘어난 티셔츠를 입어도, 야구모자를 눌러써도, 헐렁한 정장에 때지난 루카스 가방을 매도 어찌 그리 아름답게 빛나는 지...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잘생겼다!'는 탄성을 연발했으니, 정말이지 스토리와 영화가 만들어내는 감동도 감동이지만, 강동원으로 인해 나오는 감탄도 장난이 아닌 것이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전우치는 꼭 강동원이 하지 않아도 되지만, 송지원은 반드시 강동원이어야만 하는 필수불가결한 역할이었다!
서로가 속이고 있는 전문가들의 긴장감 넘치는 대결을 보면서 정말이지 창과 방패라는 느낌이 확연히 든다. 송강호의 맛깔나는 연기와 강동원의 수려한 외모 역시 창과 방패였다;

Posted by 마냥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