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책과연필/애프터노트
2010/01/03 23:06
극장에서 봐야할 영화와 TV로 시청해도 되는 영화로 나눌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기준은 역시 비주얼과 효과, 분위기의 비중, 그리고 장르이다. 왠만한 뮤지컬 영화는 역시 스크린으로 감상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매우 단순하고도 기본적인 법칙을 가지고 당연히 '나인'은 극장에서 봐야한다!며 고집을 피웠는데, 한가지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극장에서의 영화 감상은 비용을 담보로 한다는 것. 따라서 영화의 감동은 '비용대비 효과'의 측면이 고려되지 않을 수 없으며, 대부분의 영화를 보고 나온 후의 발걸음의 경중과 표정의 긴장 혹은 완화도는 영화의 감동이 한화 9,000원 어치의 가치에 다다랐느냐 그렇지 않느냐,라는 다소 노골적이지만 현실적인 기준에 의해 정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인은... 솔직히 말하자면 9,000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영화...
영화를 보면서 최소한 한가지에는 마음을 뺏겨야 한다. 극중 등장인물에게 격하게 감정이입이 되든지, 스토리나 분위기가 자아내는 긴장감에 정신줄을 맡기든지, 아니면 시각효과에 두 눈을 사로잡혀야 한다. 그러나 '나인'은 눈, 귀, 마음 그 어느 것 하나 사로잡지 못했다. 지나치게 상투적이거나 전혀 새롭지 않은 인물구도, 혹은 너무 뻔하고 한심해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인물의 캐릭터에다가 주인공의 현재를 그야말로 변명하는 듯한 그의 성장스토리들이 지리멸렬하게 이어지지만, 마음을 울리지는 않는다. 음악은 어디서 들어본 듯 하고, 춤은 음, 연습 많이 했군..정도? 아마 이 모든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느슨하고 다소 혼란스럽게 이어지는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스토리가 만들어낸 것이겠지만 말이다.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는 그나마 인상적이었던 장면들... (클릭)
후일담으로 한마디 하자면, 같이 보러간 일행 중 한명은 졸았고,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열 커플 정도가 일어나 상영관을 나갔으며, 일행 모두가 '재미없다'에 의견을 같이 했다. 재미가 영화의 전부가 아니라고 한다면야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영화의 기본은 재미가 아니던가. 큰 기대 말고 그냥 구경만 하시라. ★사족. 개인적 경험으로 미루어보자면, 호화판 캐스팅을 간판삼아 들먹이는 영화 치고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영화 광고에서 그렇게 배우들 이름'만' 들먹일때 약간 눈치를 챘어야 했다. 확실히 뮤지컬 영화의 역사를 다시 쓰긴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