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탈 때마다 나는 '사육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양조장의 닭 같달까. 칸칸이 쫙 늘어선 좌석에 하나씩 들어있는 사람들. 불이 꺼지면 모두 잠들고, 불이 켜지면 나눠주는 음식을 먹는다. 또 불이 꺼지면 졸다가 다시 불이 켜지면 간식을 먹고... 그렇게 두번의 간식과 두번의 기내식 끝에 목적지에 도착한다.
장시간의 비행에선 몇 가지와 싸우지 않으면 안되는데, 가장 심한 건 건조함이다. 늘 느끼는 거지만, 비행기 안은 너무너무 건조해서, 피부는 물론 머릿결, 콧구멍 속까지 말라버린다. 이 건조함은 피부의 뾰루지와 푸석푸석함을 동반한 머릿결의 극손상, 콧구멍의 아픔을 동반하며, 시간이 갈수록 심해진다.
물론 응급처치법은 존재한다. 하나, 기내 여성전용 화장실에 준비된 페이셜 미스트를 사용할 것. 스프레이 식으로 된 이 화장수를 얼굴에 뿌려주면 그나마 잠시라도 피부의 건조함을 달랠 수 있다. 둘, 승무원에게 스팀타올을 요청할 것. 비행기를 타 본 사람은 알겠지만, 보통 기내에서는 달라는 건 다 준다. (약간 진상 승객처럼 보일 순 있겠다만...) 일단 고가의 탑승료를 지불하고 받는 서비스인데, 만족해야하지 않겠냐는게 나의 생각. 얼굴에 스팀타올을 대고 있으면 건조함이 그나마 좀 나아진다.
기내식에 대해선 할 말이 많은데, 내 생각은, 왠만하면 한식을 먹자는 것. 뭐랄까 해외로 떠난다는 설레임과 함께 달그락 달그락 기내식 카트가 움직이면서 소고기 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하면 당연히 양식으로 먹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솔직히 나도 잠시 고민했다) 막상 받아보면 의깬 감자를 곁들인 크림소스를 뒤집어쓴 그저그런 맛의 익힌 소고기 요리 같은 국적불명의 음식일 확률이 크다. 그냥 비빔밥, 돼지불고기덮밥 같은 국적과 맛이 확실한 기내식이 나의 기준에선 오히려 맛있고 적절했다는 것이지. 물론 외국 항공사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난 정말 기내 방송 시스템에 불만이 큰데, 왜 굳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면서 그많은 영화들을 죄다 더빙해주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목소리나 말투도 너무 상투적이고, 성우를 몇명 쓰지 않은 것도 너무 티가 나서 여러명의 등장인물의 목소리가 거의 비슷하거나 톤이 거슬려서 재미있는 영화도 상당히 보기가 거북해진다. 결국엔 자막이 나오는 시트콤이나 드라마 몇편만을 보고, 관심도 없던 한국영화쪽으로 버튼을 클릭하게 되는 것이다. 최신 영화들이 넘쳐난다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과하게 친절한 더빙 덕분에 억지로 영화를 봐야하는, 뭐랄까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어쩔 수 없이 군만두를 먹고 TV를 봐야했던 그런 비슷한 사육당하는 기분을 느껴야 하는 것이다.
아, 그리고... 기내 화장실을 쓸 때마다 은근히 변기 커버가 있다는 걸 깜빡하고 만다. 티슈와 변기 커버가 상당히 위쪽에 존재하기 때문인데, 배변의 욕구에 치중한 나머지 화장실에 들어가는 순간 눈 앞을 바로 보기 보다는 변기 쪽으로 시선이 가버리는 바람에 티슈와 변기커버를 놓치고 만다. 한번 정도 실수한 후엔 챙기기 마련이지....
비행기가 조금 많이 흔들리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도착해서 정말 다행이다. ^_^ 귀국할 때의 비행을 생각하면 그리 즐겁진 않았지만...

